고독의 도전

2023. 9. 3. 20:56창작

다시 찾아오지 마세요.
비죽 밖으로 날아온 하얀 봉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아들아...
노인은 쭈글쭈글한 양볼을 툭툭 건드리며 주저앉았다.
왈왈! 아들이 키우는 개 삽실이는 영문도 모른 채 바닥에 벌렁 누워 노인에게 달라붙었다.
삽실이 너밖에 읍따...
원, 정 사장, 더워서 정신이라도 나간겨? 다 큰 개를 뭘 그리 쓰다듬고 있는겨, 어?
땀에 앞머리가 척 달라붙은, 파란 모자를 벗은 노인이 건너편 논에서 다가와 말했다.
참말로, 사장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그러네.
한 번 사장이면 영원히 사장인 거지 뭘...
그럼 자네는... 이장 평생 하면 되겄네.
에잉, 고거슨 경우가 쪼까 다르제. 이장은 그 뭣 땜시... 할 인간들이 없다 그러니께 딱 한 번 한 것이고.
나도 사업 말아먹은지 5년 지났어, 이 사람아.
정 사장은 헐거워진 노란 부츠를 낑낑대며 벗었다.
아들이랑... 얘기는 해본겨?
됐어, 걱정은 솔찬히 해줬으니 충분혀. 가만 보면 덕수 자네는 오지랖이 좀 넓은 게 아니라니께.
덕수의 시선이 게눈 감추듯 정 사장의 소매를 스쳐 사라졌다.
그럼 이번 달 회비는 따로 말 안 해도 잘 쓰겄구먼. 고것에다가 그간 밀린 게 얼마...
덕수, 아니, 박 이장, 내 사정 뻔히 알면서...
정 사장이 저자세로 나오자 덕수는 뒷짐을 지고 콧잔등을 만지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거, 섭섭하구먼...
대체 뭣 땜시, 혹시 내가 서운하게 한 거라도 있는겨?
정 사장은 덕수의 손바닥에 흰봉투를 턱하고 내려놓았다.
이거라도 우선 받아둬. 다음에 또 생기면 그땐 박 이장 꺼 먼저 넣어줄 것이니.
덕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봉투를 도로 정 사장의 조끼 주머니에 파묻었다.
이 양반아, 실망이란 말여.
왜 그랴? 돈이 모자란겨? 미안하다니까.
고것이 아니라!
어느새 박 이장의 늘어지는 목소리가 자취를 감췄다.
그리 오래 봤으면 솔직할 수 있는 거 아니여?
아, 우리가 친구 아니면 뭐여 그럼?
봉투, 아들놈이 준 것이제?
정 사장은 눈알을 있는 힘껏 굴리다가 고개를 숙였다. 삽실이는 혀를 비스듬히 내밀며 그와 눈을 계속 맞추려고 발버둥쳤다.
못 볼 꼴을 보였구먼, 미안혀.
대체 뭐가 그리 눈치보이는 것이여?
정 사장은 삽실이의 털을 고르며 주저하더니 뒤돌아서서 말했다.
아들에게 신세지는 거, 애비로서 참 못할 짓이니께.
답답혀! 그래, 고것이 문제여?

Don't come back.
The door closed with a white envelope flying out of the bowl.
My son...
The old man sat down, tapping his wrinkled cheeks.
Walwal! Sapsil, a dog raised by his son, lay on the floor without knowing why and stuck to the old man.
You're the only one who's got a sapsil...
Won, Jung, are you out of your mind because it's hot? Why are you petting a grown dog so much, huh?
The old man with his blue hat off, with his bangs sticking to his sweat, came up from the rice paddy across the street and said.
I'm telling you, don't call me the boss.
Once you're the boss, you're the boss forever...
Then you... I'll be the head of course.
Well, Gogerson's case is a little different. The head of the village is... There are no humans to do That's why I only did it once.
I've been in business for five years, man.
President Chung took off his loose yellow boots, whining.
Have you talked to your son?
All right, I've been honest with you, so that's enough. If you look at it, Deoksu, you are not a bit nosy.
Deoksu's gaze disappeared as if he were hiding his eyes.
Then, I don't have to tell you about this month's membership fee. And how much have you been behind...
Deoksu... No, Park Jang, you know my situation...
When President Chung came out with a low profile, Deoksu sighed for a long time, touching the back of his nose with his hands behind his back.
Oh, I'm disappointed...
What the hell, did I hurt you for anything?
President Chung put down a white envelope on Deoksu's palm.
Take this first. If I get another one, I'll put in Park Lee's first.
Deoksu clenched his fist and buried the envelope in President Chung's vest pocket.
I'm disappointed, man.
What's the matter? You don't have enough money? I'm sorry.
It's not that!
Park's drooping voice disappeared without realizing it.
You can be honest if you've seen it for so long, can't you?
Oh, what if we're not friends?
Envelope, is it from my son?
President Chung rolled his eyes as hard as he could and bowed his head. Sapsil stuck out his tongue at an angle and struggled to keep eye contact with him.
I'm sorry I didn't see you.
What the hell are you looking at?
President Chung hesitated while picking Sapsil's hair, and turned around and said.
Being indebted to my son is a terrible thing for Abby.
Frustrating! So, is that the problem?

二度と来ないでください。
雨竹の外に飛んできた白い封筒とともにドアが閉まった。
息子よ…···
老人はしわくちゃの両頬に軽く触れながら座り込んだ。
ワンワン!息子が飼っている犬のサプシリは訳も分からないまま床に寝転がって老人にくっついた。
サプシルがお前しか···
ウォン、チョン社長、暑くて気が狂ったのか? みんな大きい犬を何をそんなに撫でているの、え?
汗で前髪がぴたりとくっついた、青い帽子を脱いだ老人が向こう側の田んぼから近づいてきて言った。
本当に、社長と呼ばないでって言うからそうだね。
一度社長なら永遠に社長なんだよ···
じゃあ、君は······ 里長一生やればいいんだね。
えーん、ゴーガソンの場合がちょっと違うよ。 里長はその何のために··· やるべき人間がいない だから一度だけやっただけで。
私も事業をやめてから5年経ったよ、この人。
鄭社長は緩んだ黄色いブーツをはきはきながら脱いだ。
息子と…話はしたことある?
よし、心配は素直にしてくれたから十分だよ。 よく見ると、徳寿君はおせっかいじゃないんだって。
トクスの視線が影を隠すようにチョン社長の袖をかすめて消えた。
じゃあ、今月の会費は別に言わなくてもよく使うだろうね。 それに、今まで溜まってたのがどれくらい···
ドクス、いや、パク里長、僕の事情を知っていながら…···
チョン社長が低姿勢に出ると、ドクスは後ろ手を背負って鼻筋などを触りながら長くため息をついた。
はぁ、寂しいな…···
一体何のために、もしかして私が寂しくさせたことでもあるの?
鄭社長はトクスの手のひらに白い封筒をそっと置いた。
これでもとりあえず受け取っておいて。 今度またできたら、その時はパク里長のを先に入れてあげるから。
徳寿は拳を握りしめ、封筒を再び鄭社長のベストポケットに埋めた。
こいつ、がっかりだよ。
どうしたの?お金が足りないの? 申し訳ないんだから。
それじゃなくて!
いつの間にかパク里長の垂れ下がる声が姿を消した。
そんなに長く見たら正直になれるんじゃないですか?
あ、じゃあ私たちが友達じゃなければ何ですか?
封筒、息子がくれたものでは?
鄭社長は目玉を力いっぱい転がして頭を下げた。 サプシルは舌を斜めに出して彼と目を合わせようともがいた。
見ていられない姿を見せたな、ごめん。
一体何がそんなに顔色を伺っているの?
チョン社長はサプシリの毛を選んで躊躇し、振り返って話した。
息子にお世話になること、アビーとしては本当にできないことだから。
もどかしい!そう、それが問題なの?



박 이장은 곧장 현관으로 방향을 틀어 고인 물울덩이를 피하며 금세 초인종을 눌렀다.
뭣하는겨, 시방!
가만히 보기나 혀!
하.... 누구세요?
문이 열리고 아직 잠이 덜 깬 사내가 심드렁하게 하품을 하다 흠칫 놀라 말했다.
나여.
...아저씨?
그려, 반갑다, 오랜만이여.
네, 근데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이긴, 너희 아버지 일이제.
아들은 눈을 비비며 박 이장의 어깨 너머로, 삽실이를 안고 어설프게 논가로 숨으려 하는 정 사장을 발견했다.
그 사람이 또... 무슨 짓 했어요?
박 이장은 큼직한 어깨를 뻐긋한 듯 돌리다 돌연 얼어붙었다.
너 방금 뭐라 그런 것이여? 그 사람? 아버지 보고 그 사람? 말뽄새가 왜 그 모양이여!
내가 뭐라고 부르든 무슨 상관인데요!
저기, 이게 다 나 때문이여. 미안혀!
사안을 중재하는 판사처럼 슬그머니 다가온 정 사장이 꾸벅 허리를 낮추자 정원에 폴짝 착지한 삽실이는 열린 문 안으로 쏘옥 들어왔다. 험악한 인상으로 서로를 노려 보던 두 사람이 삽실이를 보고는 각자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삽실이, 얼른 들어가. 옳지, 앞으로.
그렇게 환하게 웃던 아들은 정 사장에게 시선이 머물자 날카로운 표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저 없다고 삽실이에게 손 댈 생각, 하지도 마세요.
정 사장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알겠다고 하자 박 이장은 입술을 단단히 베어물었다.
저 양반이 내보낸 것이 아니고... 삽실이가 나간 것이란 말여, 지 가족이라고.
이 사람아, 그만혀.
아직 남았구먼.
박 이장은 문고리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하긴, 그래도 반갑다고 꼬리치는 거 보니께 삽실이가 훨씬 낫구먼, 읏차!
아저씨!
아들은 문을 완전히 열어젖히고 일그러진 인상으로 소리쳤다.
아까부터 묻잖아요, 저 사람 관해서 무슨 얘기 하려고 왔냐구요!
정 사장이 무슨 죄라도 지었냐?
뭐요, 정 사장? 웃기네, 와, 사장, 하...
아들을 골똘히 하려던 말을 삼키더니 이내 비웃음을 만면에 띄웠다.
저 사람이 그래요? 자기가 사장이었다고?
정 사장은 멍하니 자신의 손바닥만 마치 빨려들어갈 듯이 지그시 바라보았다.
사람 잡지 말어, 내가 알아낸 것이니께! 그보다.
그려, 잘난 애비가 아닌 건 나도 할 말 없는디, 정 사장이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알면...
아씨, 대체 갑자기 와서 왜 훈계질인데요! 그리고!
아들은 최대한 숨을 느리게 뱉으며 말했다.
아저씨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구요.... 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얘기 듣는 거, 아직 적응이 덜 돼서, 더 험한 말 나오기 전에 그만 가주세요.
알겠는데, 너 정말...
박 이장은 약간 물러서며 말했다.
묻이 닫히자 어디선가 빠져나온 바람의 소리가 길어졌다.
그렇단 말이제...
박 이장은 현관 앞 느티나무 껍질을 벗기고 콧잔등을 실룩거렸다.
니처럼 사람도 실해야 쓰는디...

밥은 묵었는가?
그가 낌새를 알아채고 뒤를 돌아보자 꼬부랑 허리를 잡고 비틀거리며 측백나무에 기댄 노인이 에구구 소리를 냈다.
아이고, 우리 마 여사 아녀? 집에 있으라니께, 왜 나왔어?
아, 누워있으면 쌀이 나와?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마 여사는 측백나무 결을 잠시 고르는 듯하다가 마치 장풍을 쏘듯 손바닥을 밀어 정 사장을 건드렸다.
아, 왜 밀고 그려?
정 사장의 마 여사의 등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
아, 우리 정 사장님. 어디 갔다 했더니 그새...
아녀아녀, 고것이 아니라...
마실 가려고 나왔는디, 나무 뒤에 오뉴월 개마냥 쪼그라져 있더만.
사람이 궁상맞게 왜 그려? 보기 흉하게시리.
둘 사이에 자연스레 합류한 박 이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우리 정 사장님한테 너무 그러질 말어, 맘 아프니께.
아니, 마 여사. 지금 정 사장 편드는 거여? 나밖에 없는 줄 알았는디, 허, 이거 참...
마 여사는 갑자기 허리를 더 세게 부여잡았다.
에고고, 죽겠어. 얼어죽을 소리 그만하고, 배나 채워주시구랴.
요즘 더 심한겨?
정 사장이 힐끗 마 여사의 굽어진 등을 살폈다.
약 먹는 것도 그때뿐이여.
신경쓰이는디...
침대 매트리스는 바꿨고?
소용없수. 딸 얼굴 보려고 한 번 물어나 보는 거지.
정 사장은 눈가가 먹먹해졌다.
그래두... 나 걱정해주는 건...
또 그런다!
박 이장의 깐족거림에 미소를 짓던 마 여사의 흥이 깨진 듯 일그러졌다.
오늘 실망 무지 많이 하는구먼.
나 말하는겨?
양팔을 꼰 박 이장의 비아냥에 마 여사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려, 그리 정 사장이 얹히면 배 채워달라 하믄 되겄네. 재미는 둘이서 보고, 켕기는 소리 할 때만 날 찾는 그 심보가 참말로...
정 샂아은 마 여사의 등뒤에서 물러나 박 이장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 덕수 왜 그러는가. 마 여사가 자넬 맘에 두고 있는 거 잘 알믄서.
나는...
마 여사의 길쭉한 볼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아, 고것이 뭔 소용 있당가. 본인이 말을 해야....
이장님이 고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니께요. 그리 받아들였다면, 내 탓인 것이우.
마 여사는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그만 혀, 건강도 안 좋은 사람이.
정 사장이 마 여사의 손목을 끌어내자 박 이장이 꽉 낀 팔짱을 풀고 말했다.
됐수다. 대신 말 서운하지 않게 잘 해주시구랴.
내가 배움이 짧아 말을 이다지도...
그만하라니께, 허기지다믄서, 밥이나 묵자고, 가, 가.
정 사장은 조끼 지퍼를 꾹 집고 교차한 두 다리를 떨었다.
정 사장, 가자니께.
오늘은.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내가 사믄 안 되겄는가?
마 여사의 눈가가 안약을 넣은 듯 명료해졌다.
정 사장님, 참말유?
박 이장은 정 사장의 허벅지를 가볍게 눌렀다.
고것이 시방 뭔 소리인겨? 고것이 어떤 돈인디....
돌고 도는 돈, 오늘은 기분 좀 내야 쓰겄네.
우리 정 사장님, 통도 참 크시구랴.
밝게 웃는 마 여사의 얼굴을 보고도 박 이장은 입술을 튕기며 말했다.
아, 글씨, 그러지 말라니께.
할 얘기도 있고.
뭔 말을 할라고 이리 비장한 것이여, 사람 참 예측이 안 된다, 예측이.
아, 이장님도. 자꾸 그라믄 정 사장님 안 민망하겄소?
마 여사가 박 이장의 팔짱을 끼고 사거리를 낀 우물가로 걸어갔다. 그녀가 뒤를 돌고 윙크를 하자 정 사장은 억지로 웃고는 어깨를 보이지 않게 축 늘어뜨렸다. 개구리 우는 소리와 축사의 냄새가 푹푹이 젖은 안개를 껴안고, 거미줄은 유독 긴 하루였다.

한 마리 같은 반 마리 주시구랴.
언제는 많이 안 줬나.
'추운 소'의 간판등이 꺼졌다.
박 이장과 주인장의 너스레가 익숙치 않은 듯 정 사장은 머뭇댔다.
... 거, 영업 8시까지 아니우?
마 여사는 불판 뚜껑을 힘차게 열어 젖혔다.
앉으시구랴. 여기 이 시간에 손님 없응께 일찍 닫아유.
언니, 사장님이 오해하긋네, 그게 아니구, 좋은 시간 보내시라구 오늘만 좀 일찍....
아, 어딜 간다구 그랴? 이 사장도 앉아. 한잔 해야지.
사는 거유?
정 사장, 괜찮지?
정 사장이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마 여사가 난색을 표했다.
술은 무슨, 고기면 충분한디.
언니답지 않구먼. 왜 그랴, 평소엔 양동이째로 거뜬히...
뭔 소리여, 내가 언제?
이 사장은 마 여사의 눈치를 살피며 말꼬리를 내렸다.
아따, 마 여사. 둘이서 맞술하자는 거 그리 내치더만, 이래도 되는겨?
마 여사는 박 이장의 질문을 피하며 눈알을 굴리다 정 사장을 부서져라 바라보았다.
거 무슨 말들이 길어.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면 되는 거제.
박 이장은 이윽고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닫고 슬며시 웃었다.
고렇담 말이제... 이슬 두 병이랑, 카스 네 병만 가져와 보소.
아, 자기 돈 아니라고 그리 막 먹을라고?
기분 낸다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기억이 날락 말락하는구먼.
한 잔 드세요.
마 여사는 수줍은 얼굴을 옆으로 제껴두고 정 사장의 잔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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